닫기
Loading..

전자정보연구정보센터 ICT 융합 전문연구정보의 집대성

라이징스타

홈 홈 > 포커스iN > 라이징스타

국내외의 ICTㆍ융합 분야의 우수 연구자를 선별하여 소개합니다.
연구자의 연구 경험담 및 관련 분야 동향까지 연구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인터뷰하여 정리하였습니다.

  • 오창훈
  • Boston College
  • iamohchanghoon@gmail.com

트위터 공유

페이스북 공유

▶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보스턴칼리지(Boston College)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오창훈입니다. 보스턴칼리지에 오기 전 카네기멜론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 Human-Computer Interaction Institute(HCII)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했고,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서봉원 교수님의 지도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 주요 연구 분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의 주요 연구 분야는 Human-AI Interaction입니다.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정말 다양한 연구들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Human-AI Interaction은 그 중에서도 휴먼컴퓨터인터랙션(Human-Computer Interaction, HCI)의 관점에서 인공지능 상품이나 서비스의 사용성(Usability)과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 UX)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스피커에는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등의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들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인 요소들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에게 잘못된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거나 적절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Human-AI Interaction은 사용자가 인공지능과 인터랙션 하며 겪을 수 있는 많은 문제상황들을 파악하고 그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시합니다. 

   Human-AI Interaction에는 다양한 세부 주제들이 있는데요, 저는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의 디자인 패턴과 택소노미와 같이 UX 디자이너들이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리소스를 만드는 “Design Material with AI/ML,”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하여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디자인 함의점들을 도출하는 “Human-AI Collaboration” 등의 주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 연구원님께서는 학부시절 영문학과 경제학을 공부하셨습니다. 지금과 같이 전혀 다른 분야로 바꾸게 되신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사실 학부 전공 선택에 특별한 스토리가 있지는 않습니다. 인문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 그 당시 친구들과 함께 영문학 전공 수업을 수강하며 흥미를 느껴 영어영문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영문과에서는 주로 고전 작품들을 읽으며 단어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행간에는 어떤 숨은 의미가 있는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어떤 시대상이 담겨 있는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보는 과정들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때의 경험이 사용자를 이해하고 인터페이스의 이면에 어떤 가치가 담겨야 하는지 등에 대해 탐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문대 전공 이외에 복수 전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좀더 거시적으로 사회 현상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자 경제학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졸업을 할 무렵, 지금은 너무 식상한 스토리지만, 당시 아이폰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하면서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이 큰 대두로 떠올랐습니다. 저는 제가 습득한 인문학적 소양, 사회과학적 안목 등을 좀더 새로운 분야에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저는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보고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이후 사용자경험(UX), 휴먼컴퓨터인터랙션(HCI)을 전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연구활동을 하시면서 특별히 느끼신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연구활동과 관련된 보람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좋은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좋은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처음 논문을 발표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좀 많이 있었습니다. 이전에 선배들이 하는 연구에 보조를 하며 어깨너머로 배우다가, 제가 직접 제 연구 문제를 정하고, 실험을 진행하고 분석하고 논문을 작성하려니 막막하기도 하고 때로는 의욕만 앞서다 미끌어지기도 했습니다. 대학원 초기에는 정말 많은 리젝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 안팎에 있는 친구들에 비해 많이 뒤쳐지는 것 같아서 초조하기도 하고, 또 유명 연구자들이 쓴 논문들을 보면서 아직 갈길이 멀구나 하며 자괴감에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피하지 않고 꾸준히 계속 연구를 수행하면서 조금씩 연구 리터러시를 키워갔고, 교수님들께 많은 지도를 구하고 배웠습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Top-Tier 학회에 처음으로 논문이 합격했고, 정말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이후부터는 좀더 수월하고 자신감 있게 제 연구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우리 사회는 알파고 이후 인간과 컴퓨터의 공존을 새삼 실감했으며, 최근에는 ‘이루다’ 사건 등 AI에 대한 이슈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비추어볼 때, 현재 연구하고 계신 HCI 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소견을 말씀해 주세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인공지능이 큰 화두이고 그 기반 기술들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능력에 필적할 만한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고, 때로는 알파고와 같이 인간을 훨씬 뛰어넘어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반복적이고 하기 힘든 일들을 대신할 뿐 아니라 창의적이고 주관적인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인 발전에 비해 그것들에 대한 사용자경험에 대한 접근은 다소 미진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최근 몇몇 챗봇 서비스들은 차별적인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민감할 수 있는 사회적 이슈들에 인공지능이 개입될 때 그것들이 어떻게 통제되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와 인터랙션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저는 Human-AI Interaction이 이 역할을 하는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Human-AI Interaction의 근간이 되는 HCI의 몇 가지 개념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인간참여(Human-In-The-Loop)” 모델의 도입입니다. 이것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경우 학습 단계에서부터 그 분야의 전문가와 다양한 사용자 집단의 피드백을 참여시키는 접근법을 말합니다. 저는 이것이 “사용자중심 디자인(User-Centered Design)” 방법론과 매우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디자인에 있어서 사용자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디자인 프로세스의 각 단계에 사용자를 참여시키는 방법론을 말합니다. “인간참여(HITL)”는 이와 유사하게 인터페이스 뿐만 아니라 그 기저에 작동하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직접적인 사용자의 참여를 반영하는 또다른 접근법이라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은 우리 현실을 모사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민낯을 종종 그대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몇몇 윤리적이지 못한 인공지능의 사례는 사실 어떻게 보면 이미 구현된 인공지능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학습하는 데 사용된 데이터, 즉 현실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HCI에서는 최근 “Equity-focused design”이 요즘 화두입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접근 가능한 디자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Equal design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인 약자 혹은 소외될 수 있는 사람들을 더욱 배려하도록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접근인데요. 저는 이것이 인공지능의 디자인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현실과 비슷하고, 인간을 모사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더 설명가능하고, 더 투명하고, 더 나아가 약자를 배려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설 수 있는 보다 책임감 있는 인공지능(Responsible AI)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이러한 개념들이 추상적인 수준이거나 인공지능 디자인에 실질적으로 결합되지는 않았지만, HCI와 UX, 혹은 AI, ML 연구자들의 협업을 통해 보다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가장 좋게 평가하는 본인의 논문을 꼽는다면? 


   제 논문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논문은 CHI 2018에서 발표했던 『I Lead, You Help But Only with Enough Details: Understanding the User Experience of Co-Creation with Artificial Intelligence』 라는 논문입니다. CHI 학회는 HCI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회로 이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뻤는데, 우수논문상(Honorable Mention)까지 수상했습니다. 이 논문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 협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을 “주도권(initiatives)”“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두 가지를 중심으로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디자인 함의점들을 도출한 논문인데요. 연구실 친구들과 “사람이랑 인공지능이랑 같이 뭘 만들게 하면 어떨까?” 라고 가볍게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던 연구인데, 점차 연구로 구체화해 나가면서 예기치 못했던 재미있는 많은 발견을 했던 연구라 더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는 다양한 인공지능 알고리즘들을 이용해 사용자와 인공지능이 함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그림판 도구를 디자인했고, 질적-양적 평가를 실시했습니다. 사용자들은 인공지능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업을 하더라도 내심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Human-AI Interaction 연구들이 많지 않아서,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과연 이게 성공할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좋은 성과로 이어져 매우 보람있었습니다.  



▶ 더불어 도움이 될 만한 분야 관련 사이트가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Human-AI Interaction 관련 연구를 하면서 저는 주로 논문들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분야의 특성 상 산업계와도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동향이나 최신 이슈들을 습득하기 위해서 다른 리소스들도 참고하는 편입니다. 특히 저는 IT 기업의 리서치 센터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Microsoft Research Podcast, Method Podcast from Google Design, Design Notes, The AI Podcast 등을 듣고 있는데, 모두 추천 드립니다. 실무자들이나 연구자들이 인공지능 혹은 사용자경험 디자인과 관련된 최신 이슈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데요, 학계에서 놓칠 수 있는 현업의 시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본인에게 영향을 미친 서적 또는 인물이 있다면?


   사용자중심 디자인(User Centered Design) 방법론의 창시자인 Donald Norman『The Design of Everyday Things(디자인과 인간 심리)』 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우리 일상에 있는 모든 사물들의 이면에 있는 디자인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 줍니다. 단순히 사례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된 심리학 개념이나 프레임 등을 함께 제시해 심도 있게 다룹니다. 또한 실무와 관련된 이슈, 비즈니스 고려사항까지 파악할 수 있는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제 디자인 리터러시를 많이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주변의 상품이나 서비스들의 디자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되고, 어떤 부분이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것 같습니다. 



▶ 본인을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를 꼽는다면? 


   저를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로 “우공이산(愚公移山)”을 꼽겠습니다.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든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짐을 이르는 말인데요. 저는 사실 요령 있게 이리저리 일을 하는 편이 아니라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주어진 일이 있으면 그것을 완수할 때까지 계속해서 노력하는 편입니다. 되돌아보면 일의 크기를 재는 데 시간을 들이거나 혹은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지름길을 찾기보다는 그때그때 저에게 주어진 일들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했던 것들이 지금까지의 성과와 연결이 된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필요한 논문이 있었고, 그 당시에 그것을 잘 마무리 했어야 했고 그러다보니 졸업도 하고 미국에 오는 데도 도움이 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산을 옮긴 것 같이 큰 업적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해서 더 보람되고 뜻깊은 업적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이 단어를 꼽아봤습니다. 



▶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또는 유학 준비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아마 이 분야로 진학하는 분이라고 한다면 좀더 큰 범위에서 UX나 HCI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접근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많은 분들이 아마 디자인이나 개발 등 저마다 자신 있는 분야가 하나 둘씩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최종 결과물을 잘 만들어 승부를 보는 접근을 취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특히나 이 분야는 시스템 개발 능력이나 인터페이스 디자인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얼마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나 결과물이 있어도 상대방(팀원, 청중, 혹은 리뷰어)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평가 절하되기 일쑤이고 반면 초기 아이디어이거나 결과물에 대해 큰 그림이 없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훨씬 좋은 결과물로 발전시키고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지금까지 Human-AI Interaction을 주로 미시적인 관점에서 집중해서 다뤘다면, 앞으로는 보다 큰 그림 속에서 다루고 싶습니다. 인공지능과 인터랙션 하는 개별 사용자에서 더 나아가 디자이너, 개발자, Data Scientist, 각 도메인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이해당사자(stakeholders)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개별 인터페이스의 디자인 임플리케이션을 도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정하고, 해석가능하고, 안전한, “책임감 있는 인공지능(Responsible AI)”을 만들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서 HCI 관점에서 확장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그곳에 관련 지식들이 아카이브 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 그 밖에 하시고 싶은 이야기


   코로나19로 국내외 많은 연구자들이 알게 모르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계획하신 학업적 성취 무사히 이루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이렇게 저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주셔서 다시 한 번 정말 감사합니다. 


2021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