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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i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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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과학기술 관련 현장에서 활약하시거나, 현장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또는 IT분야에서 이슈가 된 화제의 인물,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노삼혁
  • UNIST 컴퓨터공학과/인공지능대학원
  • samhnoh@un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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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끈기와 곰곰이 생각하고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저장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UNIST 컴퓨터공학과 노삼혁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교수님은 컴퓨팅 분야의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높이 인정받아 ‘2020 ACM Fellow’로 선정되셨을 뿐 아니라 저장기술 분야의 최고 국제학회 ‘FAST2020’에서 한국인 최초로 의장을 맡으시는 등 한국 과학인의 위상을 드높이고 계십니다. 한편 세계 정상을 향하는 UNIST 인공지능대학원 원장으로서 글로벌 인재 양성과 산학연 협력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오직 집념의 외길을 묵묵히 달려오신 교수님의 연구 스토리를 전해드립니다.




▶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전자계산기공학과(現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의 메릴랜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1994년도 귀국하여 홍익대학교에서 1994년부터 21년 동안 근무를 하다가 2015년에 UNIST로 옮겨 현재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컴퓨터공학과 내에서도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 컴퓨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 석학회원(Fellow)으로 선정되신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Fellow로 선정된 것은 제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저를 인정해 준 결과이기 때문에 제 개인적으로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때 상을 받을 때도 반장이 주는 상과 교장이 주는 상에 따라 무게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정은 제게 상당히 무게가 느껴지는 아주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 이번 ACM Fellow 선정에 있어 저장장치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탁월한 업적을 인정받으셨습니다. 교수님의 주요 연구 분야 소개 및 동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이 분야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아시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말씀드리기가 참 어렵습니다만, 쉽게 말씀드리면 플래시라는 들고 다니는 저장장치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플래시라고 부르는 이유가 그 안에 플래시라고 하는 장치가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장치의 원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장치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지금은 보편화되어 있지만, 제가 연구를 시작한 1999년 무렵에는 그러한 것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저장장치로 SSD(Solid-State Drive)를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기존에는 하드디스크(Hard-Disk-Drive)가 있었습니다. 사실 하드디스크는 지금도 많이 쓰고 있지만, 노트북 같은 것에는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그 대신에 가벼운 SSD로 활용하고 있는데, SSD 안에도 모두 플래시가 들어가 있습니다. SSD는 플래시 메모리(Flash Memory)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데 SSD가 보급되기 전, 이 플래시 메모리를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한 팀의 한 일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플래시 메모리 다음 세대의 메모리를 연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세대 메모리라고 했습니다. 영어로 Persistent Memory로, 줄여서 PM이라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하드디스크를 사용할 때에 플래시 메모리가 완전히 새로웠던 것처럼, 지금은 플래시 메모리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PM이라는 매체가 도입될 텐데요. 이때 이러한 자원들을 활용하는 시스템 즉, 그것을 운영체제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윈도우(Windows)나 리눅스(Linux) 같은 운영체제 안에 PM과 같은 매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해야 합니다. 그냥 단순히 하드웨어만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러한 연구들을 주로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ACM Fellow로 선정된 이유가 사실 플래시 메모리를 보편화시킨 공로, 차세대 메모리 PM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에 대한 공로로 선정되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교수님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의 권위자로서 국내 위상을 높이고 계십니다. 이 분야를 전공하신 계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서울대 전자계산기공학과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월등한 동료들을 보니 저 스스로 판단하기를 전 수학을 정말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론 쪽보다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기술 쪽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결국은 이 분야가 저와 잘 맞았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스템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플래시 메모리 관련으로 연구하게 된 배경은 1999년쯤에 처음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와 제일 친한 선배님이 계십니다. 서울대 故민상렬 교수님이신데 불행히도 작년에 암으로 별세하셨습니다. 제가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당시에는 한국의 연구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선진이 되어 아주 좋아졌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연구가 굉장히 어려웠던 시기입니다. 그때 민교수님이 저한테 같이 연구를 하자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제가 홍익대에 있었는데 당시 환경으로 볼 때는 제가 연구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같이 연구를 하게 되었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플래시 메모리 초반에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계기라면 좋은 선배 덕분에 이 분야를 연구하게 되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연구활동을 하시면서 특별히 느끼신 점이 있다면?


   제가 특별히 Fellow라고 하는 그런 관점에서 말씀을 드린다면 사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곳이 많지는 않습니다. 사실 몇몇 학교들에서 이제 대학의 환경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제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제가 연구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에서 민상렬 교수님과 같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나중에는 민교수님은 교수님대로 전공이 있고 저도 제 전공이 있기에 각자 일을 했는데, 따로 일을 하면서도 계속 제가 할 수 있었다는 거 그 자체가 굉장히 보람차다고 할까요. 제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갖고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얘기가 많이 다릅니다. 지금 시대는 10년 정도부터 우리나라가 굉장히 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말씀 드린 것은 해당이 되지 않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것이 굉장히 보람찼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전 세계적으로 AI시대, 빅데이터시대가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 데이터 저장기술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분야의 국내 연구 및 기술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나 필요 요건에 대한 교수님의 소견을 말씀해 주세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대한민국이 최근 10년 사이에 체력을 갖췄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역향력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삼성이나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 세계적인 반도체를 만들고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고무적으로, 20년 전에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소위 장치기술에 많이 국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SSD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SSD 기술력 하면 삼성을 세계에서 쫒아갈 데가 없습니다. 정말 잘 합니다. 그것이 제 연구의 능력 때문에 그런 것은 절대 아니고 그만큼 성숙되었고 우리 연구력도 좋아졌으며 거기에 따른 인재들이 배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장치기술 외의 기술들에 있어 상당히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소위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이 거대한 시스템을 다루는 곳이 별로 없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도 어느 정도 커가고 있지만 아직은 그 기술에 못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장기술이 한 단계 성장하면 소위 대형화 분산화 이런 쪽의 기술들에 조금 더 애써야 하고 그에 따른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연구하는 입장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산학협력입니다. 우리나라의 산학협력 체계가 정말 약한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산학협력을 할 때에 기대하는 것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몇몇 대학에 산학협력이 국한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실 UNIST만 하더라도 10년 밖에 안됐지만 상당한 위치에 와 있습니다. 우리 교수님들과 우리 학생들 보면 연구 능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데도 산학협력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터를 닦아놓은 대학에 끼어들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이해는 되지만, 최근에 생겨나는 신생 대학 중에서는 잘 하는 대학도 있기에 여기에는 조금 더 유연하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산학협력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대학에서의 평가시스템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주요 연구를 이끄는 기관들에서 25년 전 쯤에 만들어놓은 평가기준이 있는데, 그것은 소위 과학계에서 늘 통상적으로 쓰는 SCI, impact factor에 맞춘 평가를 합니다. 물론 이 기준에 맞는 학문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컴퓨터공학에는 완전히 잘못된 평가기준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크게 변하는 것이 없습니다. 최근 들어 몇몇 대학들은 바꾸고 있는데요. UNIST는 완전히 바꿨습니다. 그래서 UNIST가 이렇게 빨리 도약할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개인의 평가를 떠나서 국가의 인재 낭비입니다. 잘못된 평가기준에 맞춰서 해야 한다는, 엄청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실 저는 옛날 세대 사람입니다. 제가 교수를 30년 가까이 하는 사람이라서 옛날 기준이라 옛날 기준은 정말 약했습니다. 교수가 한번 교수이면 철밥통이라는 옛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얘기가 다릅니다. 지금은 젊은 교수들이 그 평가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평가기준이 너무 높아졌는데 그 높은 평가기준이 모두 잘못된 평가기준입니다. 젊은 교수들이 시간을 들여 연구를 해도 아무도 인정을 해주지 않는 오로지 대학만 인정을 해주는 그런 평가기준에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젊은 교수들을 보면서 제가 지금 활동하는 분야를 벗어나서라도 UNIST로 와서 같이 국제 활동도 하고 이러면 좋을 텐데 그렇지가 못합니다. 시간을 투자 못하는 거죠.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낭비인지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25년 전에도 얘기했고 지금도 애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잘 안 바뀝니다. 몇몇 대학만 조금씩 바뀌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빨리 바뀌어야 국제력을 갖는 학자들이 좀 많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올해 ACM Fellow 선정뿐만 아니라 한국인 최초로 저장기술 분야의 최고 학회로 꼽히는 'FAST(18th USENIX Conference on File and Storage Technologies)'의 의장을 맡으시는 등 활발한 국제 학술활동과 더불어 현재는 UNIST 인공지능대학원장으로서 연구와 인재양성에 힘을 쏟고 계십니다. 그 동안 연구활동을 해오시면서 원동력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연구환경이 좋아진 게 그리 오래 되지 않습니다. 불과 10년이 안 됩니다. 우리 컴퓨터 분야에서는 학술대회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가 FAST 학술대회의 의장을 맡았는데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으로서 최초 의장을 맡게 되었는데, 이렇게 세계적인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연구자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최근에 와서 정말 비약적으로 잘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0년 정도만 하더라도 그러한 학술대회에 대한민국에서 논문을 한 편도 못내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그런데 1999년, 우리 연구팀이 대한민국 최초로 SIGMETRICS라고 하는 학술대회 논문을 썼습니다. 이 같은 최초 기록을 저희 연구팀이 몇 번을 했습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 이렇게 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도 할 수 있어." "우리도 그런 데 낼 수 있어." 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그 마음가짐이 바로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보면 좀 고집스럽게 계속 좋은 학술대회를 목표로 해서 논문을 시도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구세대라서 논문실적이 없어도 되었습니다. 점수는 저한테 중요하지 않았고. 진짜 좋은 학술대회에 논문을 제출하겠다는 그 목표로 계속 해왔습니다. 그래서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해당 분야에서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한 편도 못낸 세계적인 학술대회*가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한 것을 우리도 해야 된다." "할 수 있다." 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사실은 지금까지 뛰어왔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제는 우리 젊은 교수들이 정말 잘 합니다. 이제는 정말 내가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동력이라고 하면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름 이제 분위기를 만들어놓았으니 저는 이제 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은 아쉬운 게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한 편도 못 낸 그 학술대회는 아직도 하고 싶습니다.

*SOSP(ACM Symposium on Operating Systems Principles)



▶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자신의 논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더불어 도움이 될 만한 분야 관련 사이트 또는 서적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최근에도 많이 썼습니다만, 이제는 옛날 게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까도 말씀드린 1999년도 SIGMETRICS에 낸 논문입니다. 지금 서울시립대에 계시는 이동희 교수님의 박사학위 논문 『On the existence of a spectrum of policies that subsumes the least recently used (LRU) and least frequently used (LFU) policies』입니다. 당시 앞에서 말씀드린 민상렬 교수님과 현재 서울대 조유근 교수님과 같이 저희가 모두 한 팀으로 연구를 했을 때인데, 그때 이동희 박사께서 박사학위 논문으로 내고, 학술대회 SIGMETRICS에 발표한 논문으로, 저희가 부르기에 ‘LRFU’ 기법에 관한 논문입니다. 논문이 아름답다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수학적으로 잘 풀어 나가는 게 너무 예뻐서 그 논문을 사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합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은 또 따로 있기는 하지만, 플래시 메모리 관련된 논문도 있기는 하나 그것보다는 속마음으로는 이 논문이 마치 첫 자식처럼 생각되는 그런 논문이어서 제일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저희 분야는 사실 워낙 빨리 변합니다. 그래서 관련하여 책으로 나올 때쯤이면 벌써 너무 오래된 내용입니다. 물론 대학생들 입장에서는 책으로 공부하고 안착된 이론들을 배우는데, 연구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책으로 보면 벌써 늦었구나.’라고 생각하시면 거의 맞힙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학술대회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 중에도 굉장히 중요한 학술대회들이 있습니다. 분야마다 보더라도 아무 학술대회 말고, 정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예를 들면 SOSP(ACM Symposium on Operating Systems Principles), OSDI(USENIX Symposium on Operating Systems Design and Implementation), FAST(USENIX Conference on File and Storage Technologies), ATC(USENIX Annual Technical Conference), EuroSys(European Conference on Computer Systems)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학술대회를 보아야 '세계의 트렌드가 이렇구나.' '이 학문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하고 있구나.'를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중요 학술대회를 열심히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교수님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 또는 귀감으로 삼으신 연구자가 있다면?


   앞에서 말씀드린 故민상렬 교수님이십니다. 민상렬 교수님은 제 3년 선배이시기도 하지만, 거의 20년 넘게 같이 일을 한 사람으로서 친한 친구라고 할 정도로 가깝게 지낸 분입니다. 민교수님은 그냥 자상하다, 좋은 학자, 이러한 표현을 떠나서 굉장히 인품이 굉장히 훌륭하시고 학문적 깊이가 매우 깊으신 정말 훌륭한 학자셨습니다. 저는 갓 30세 되면서 교수가 됐습니다. 30대 초반에 뭘 알겠습니까. 민교수님과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삶에 대해서도, 학자로서, 교수로서 모든 면에서 저한테 참 많은 가르침, 즉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모습으로 가르쳐주는 분이어서 정말 늘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 분입니다. 



▶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연구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철학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할 것 같습니다만, "연구를 끈기 있게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연구에 임하는 자세는 차분하게 생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떤 사건, 하나의 상황을 가만히 생각해보면은 거기에 "어, 이게 맞아? 어, 이게 진짜야?"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연구는 그런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어, 남이 그렇게 얘기하던데, 진짜인가? 한번 생각 좀 해볼까?" 하면서 계속 생각해보면은 이상하게 다른 생각이 나옵니다. 반대로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남들이 다 못 푸는 문제야." "안 되는 문제야." 라고 했을 때도,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면은 풀리게 되는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도 자주 얘기했던 이야기지만, 예전에 우리 동료 중에 한 분이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데 "문제 2개 풀고 졸업했어." 라고 말하더라고요. 1년 동안 한 문제를 맨날 생각하는 겁니다. 학교에도 안 오고, 박사학위를 준비하는데 집에서 연구를 한다고 하고. 가끔 복도에서 마주쳐서 "요새 뭐해?" 라고 물어보면 "어, 요즘 그 문제 생각해." 그러면서 그렇게 1년을 계속했습니다. 1년쯤 지나서 물어보니까 "그 문제 풀었어." "그래서 요새 뭐해?"라고 하니 "어, 다른 문제 생각해." 그러면서 또 1년 동안 계속 똑같은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 문제를 풀더라고요. 그래서 "아, 참 재미있다." 그런데 이게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가 깊이 있게 생각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그런 시간을 안 가져서 그렇지, 그런 시간을 가지면 문제들이 풀립니다. 그래서 "연구는 그런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사회 자체가 너무 급합니다. 학자는, 학교라는 분위기는 그런 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좀 느려 보여도, 천천히 가는 것 같아 보여도 기다릴 줄 알고, 참을 줄 알고 물론 그 사람이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천천히 할 때 학문적인 발전이 일어난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 깊은 생각들을 하는 그런 것이 연구다. 그런 것이 우리가 학자로서 해야 할 일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 후배 연구자들에게 특별히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격려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ACM Fellow가 되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했습니다. "노삼혁도 하는데 왜 나는 못해." 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서울대를 졸업했고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해 겉모습만 보면 굉장히 화려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만, 제 대학 동기들이 보면 웃을 겁니다. 저 정말 공부 못했습니다. 안 했고 못 했고. 그래서 유학 가서도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돌아와서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런 상황에서 제가 사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그런 면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늘 얘기합니다만 우리가 나름대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고, 환경이 좋아서 한 게 아니라 뭔가 환경이 갖춰지면 하겠다, 뭐가 맞춰지면 하겠다, 이게 아니라 "어느 누구도 할 수 있다." 늘 그런 얘기를 합니다. "노삼혁도 이렇게 했어." 그런 면을 보시고 "자신감 있게 추진해라"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현재 UNIST 인공지능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희 UNIST 인공지능대학원은 10년 안에 세계 TOP 10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 목표가 얼마나 쉬울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만은 어쨌든 제가 책임자로서 있는 이상은 제가 늘 해왔듯이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릴 것이고, 여기서 돕는다는 얘기는,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닙니다. 우리 젊은 교수님들이 열심히 뛰고 실적내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역할은 그 분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밀어주고, 필요한 것은 챙겨주고, 제가 해야 할 역할은 그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UNIST 많이 기대해 주시고 인공지능대학원뿐만 아니라 우리 컴퓨터공학과도 아주 훌륭합니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인 계획 소망이 있다면 아까 말씀드린 대한민국에서 아직 한 편의 논문을 내지 못하고 있는 그 학술대회, 그것을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서 소원 성취하고 은퇴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 밖에 하시고 싶은 이야기


   제가 참 감사하게도 ACM Fellow에 선정되었는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정말 저를 믿어주고 같이 일해준 많은 후배들과 제자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이 아니었다면 감히 올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앞으로 더욱 발전할 대한민국에서 좀 더 애쓰고 좀 더 힘쓰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2021년 1월